Mt. Geumgang — Vitality
2001 · 454×181 cm · Korean Paper, Acrylic on Canvas
Exhibitions
Collection
POSCO
Shin Jang-sik 〈Meditation — Mt. Geumgang〉 — Installation Views (2001)
Installation views of Shin Jang-sik's solo exhibition 〈Meditation — Mt. Geumgang〉, which opened as the inaugural show of Kookmin University Art Gallery in September 2001 and continued at Wooduk Gallery. The set includes views of the eight-canvas 〈Mt. Geumgang Manmulsang — 1998.11.21〉, 〈Mt. Geumgang from Sangpaldam〉 (681×181 cm), the eleven seated hanji 〈Meditation〉 figures, and exhibition-related materials (including the Monthly Art Magazine advertisement preserved by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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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Review 2001-08-01 · 강태성
"Mt. Geumgang, 'para-doxa'" — Kang Tae-seong review (2001)
필자가 지금 묵는 방 밖에는, 근대의 바로크와 신고전적인 양식의 검소하면서도, 요란한 장식이 갖춰진 공간들 사이에, 아주 좁다란 길들이 몇 갈래 나있다. 좁게 열린 통로는 마치 굴뚝처럼, 자동차의 매캐한 매연으로 코를 찌른다. 이곳에서 느끼는 것은 과거의 찬란함과 현재의 ‘매연’의 병열적인 사실들이다. 병열적인 사실들은 역사적 유물과 함께, 현재의 이탈리아 G8의 정상회의 그리고 anti-globalisation 의 운동으로 참여한 사람이 살해되는 상황 등으로 나타나며, 여러 의미의 축들이 병존되는 구조를 이해하게 한다. 이런 병존적이며 역설적인 구조는 작가 신장식의 금번 개인전에 제시될 작품에서 보이며 지금 이 보여지는 병렬성이 그의 다층적인 구조를 더욱 의미있게 생각하게 한다.
금번 작가의 전시회에 제시될 작품들은 금강산을 소재로 한다. 금강산의 의미는 우리에게는 단순히 명산의 의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우리의 명산이자, 분단의 사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비무장지대(?) 이다. 그곳을 찾을 수 있는 제한된 자유가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이며 동시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역설’의 장소이다. 즉, 우리 현대사의 수 많은 정황과 역사가 얽힌 곳이며, 현재 전개되는 남북한의 그리고 동북아의 첨예하고도 복잡한 정치적 정황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재는 과거와의 시간적인 축을 갖는 역사라는 의미와 함께 대조되어, 더욱 더 강조된다. 작가는 우리가 갈 수 없었을 때부터 ‘금강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금강산은 되찾아야 될 ‘자연’, 즉 한국의 자연으로서, 우리의 희망과 정황이 담긴 공간이며, 그러면서도, 갈 수 없는 ‘비어진 공간’이였다. 작가의 이러한 소재에 대한 내용들은 다양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보여진다. 금강산의 아름다운 모습은 회화로서, 그리고, 다양한 정황으로서의 비판적이면서도 명상적, 반성적인 의미들은 입체작품으로 제시된다.
그의 작품 “금강산 만물상-1998.11.21”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풍경과 사람들이 다소 겹치며 전개된다. 그 사람들은 작가와 동행했던 남쪽 한국의 사람들로서, 정치적이며, 경제적으로 환경-자연 등 그림 외적 정황의 의미와 연관된다. 이 작품은 완전히 같은 금강산이며 겹쳐진 공간이면서도 현재의 남북의 정황과 다른 면을 보여주는 ‘동 떨어진’, 잘려진 특성으로 연출된다. 떨어진 공간, 떨어진 화면은 관람자에게 더욱 파편화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추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우리의 땅이자 동시에 아닌, 갈 수 없으면서도, 갈 수 있게 된 지금의 상황을 인식하게 한다.
이 같은 작가는 과거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명상과 청사초롱의 소재에서 보이듯이, 그의 작품은 그림 외적 정황(contexte, con - text)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그의 작품은 역사성과 함께 사회성 등 여러 당대적 특성 (con-temporary)을 연관시킨다. 또한 여기서 거론되는 당대성(contemporary)과 정황(context)에서의 ‘con’이라는 의미를 ‘함께’ 생각(consider)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함께’라는 뜻을 갖는 con(cum)이 ‘다른 것 또는 사람’을 ‘동시에 관계적’인 것으로 생각해 보며, 레비나스의 다른 ‘자아’(alter ego)로서 타인, 타자를 연관관계로 이해한다. 타자는 독립된 절대적인 단위로서만이 아니라, 또 다른 자아와 상호 연관적이면서도 정황적인 존재이다. 새로운 정황 속에 ‘인간’, 타자와 함께 있을 존재자들의 관계 또는 조화의 가능성을 그의 그림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 대한 이해와 반성은 그의 작품이 완전히 자기 지시적 모더니즘과는 다르게, 그림 외적 정황과 함께 이야기되는 담론의 구조를 갖게한다.
여기서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점은 작품에서 제시되는 정황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개념을 단순하게 지시하는 referential 기능이기보다는 역설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일 예로, ‘명상’이라는 주제이자 소재에서, 설치작품의 인물 등에서 다른 시간대에 제시된 사실들이 병치된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 제시되는 병열성은 더욱 병열적인 의견으로 (para-doxa)로 이해될 수 있겠다. 그가 직접 금강산에 여러 차례 가 보면서 관찰하며 그렸던 작품에서 한국의 병렬적인 특성인 남북의 의미, 그 남북의 병렬적 상황에서 분리된 아주 비자연스런 공간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금강산은 온 겨레의 자랑인 아름다운 산이기에, 여러 정황적으로 의미로서, 역설적인(paradoxe) 공간이다.
그의 그림은 이런 병열적인 공간에서, ‘현실 병시, 부정’이라는 두 가지 틀을 보여준다. 현실은 주제가 갖는 재현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이, 병시에 의해, 부정의 의미를 갖는다. 병시에서 나타나는 병열은 두 가지가 구분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즉 병열은 여러 개의 단위가 그대로 섞이지 않고 유지되는 것으로, ‘구분’, ‘단절, ‘분열’의 의미가 있다. 그의 일련의 회화 작업에서, ‘그리기’와 ‘뿌리기’의 행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서, 병열성을 강조한다.
뿌려진 선들은 반복적으로 노란 색, 빨간색 등으로 다채롭게 엉켜진 듬성한 공간을 만들어 놓는다. 먼 거리에서 보기에는 이런 색상들이 다양하게 보여지나, 가까이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함께, 수많은 바늘들이 꽂혀 있어서 멀리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서 다가온다.
그의 역설적이며, 병열적인 공간은 보는 시점이 가깝고 멀리 있다는 차이에 따라 이원적으로 구성된다. 그의 회화작품에서의 먼저 그려진 층과 뒤에 그려진 층 역시 같은 이원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원성은 ‘역설’이자, 부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럴 때, 두 가지 다른 성격은 표현적인 이질성을 갖기도 하면서도, 부정이라는 성격을 제시한다. 이러한 부정성은 표현방법에서도 대비되며, 선과 뿌린 선, 즉 의도적인 선과 다소 무의식과 우연이 참여된 선들에서 다층적인 의식이 제시된다. 이러한 복수의 의미 공간과 표현공간은 ‘복선의 이야기 구조’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작가를 뜬 인물상들은 병열적으로 전시장에 제시된다. 아름다우면서도, 다소 끔찍한 모습에서 그의 역설적인 특징을 찾아 볼 수 있으며(단풍-피멍), 의미에 있어서의 복수성을 병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먼거리와 근거리의 이중적 특징, 그려진 산과 그 위의 뿌려진 물감층은 이중적인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처음 그려진 층(A)와 나중에 뿌려진 층(B) 사이의 관계는 두가지 병열적인 의미관계를 주는데, 이는 조각상에서 보여지는 가까운 거리와 멀리 떨어진 거리 보이는 두가지의 이중적 특성과도 같은 것이다. 이 때, 의미의 순서가 생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있어서의 우선 순위는 먼저 보여지는 측면, 즉 멀리서 보는 위치가 먼저 이야기 될 것이며, 뒤에 읽는 구조가 나중에 보여지는 후차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 전후에 읽혀지는 두 가지 상이한 구조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적으로 의미를 취하는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즉 a or b의 의미구조(즉 a 이나 b 중 하나만 옳아도 참인 구조인 선택적인 구조) 이기보다는 a and b 의 구조이다. 이것이 바로 a와 b의 다른 것(alter)의 병존이다. 다시 보면, 플라톤이 이야기했던 ‘부정’의 의미, ‘alteration’ 상이화시키는 구조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의 다른 것들, 거리상, 표면상에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동일한 인물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데 있어서 발견되는 동일성과 반복성은 예를 들면, 여러 개의 인물상(작가의 모습)들을 반복적으로 전시장에 다양하게 이질적으로 펼쳐놓아, 복합한 의미공간을 구성한다. 멀리서 볼 때, 비늘 같이 반짝이는 모양의 실제 바늘 조각상(비늘-바늘의 구조)과 단풍-멍 (멀리서 볼 때, 단풍처럼 아름다운 색상들, 가까이 볼 때, 피멍과 유사한 인상의 색상) 등에서 이중적 구조를 갖는 조각들이 평행적으로 보여진다. 즉 다양한 의미들의 ‘쌓여진 소리’ 또는 집적된 뜻들을 전달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주제로서의 ‘명상’이라는 ‘조용함’을 함축하는 의미와도 다르게 ‘쌓여진 소리’라는 부정과 역설의 공간을 가능케한다. 그의 이러한 병렬성과 파라독스는 현재 미술의 전개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로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강태성, 2001년 8월 1일
- Text Review 2001-10-01 · 양정무
"Shin Jang-sik Exhibition" — Yang Jeong-mu review (2001)
신장식이 《겨레의 회화집》에서 분단 이후 잊혀져 버린 금강산을 다시 꺼내 작업해 온 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의 두께 때문일까? 그의 금강산은 신비로운 숭배의 대상에서 이제 작가 자신의 정서적 재현 대상으로 선회하려 하고 있다. 신장식의 〈명상-금강산전〉은 그가 금강산을 주제로 놓고 벌여 온 8번째 게임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의 금강산 봉우리는 계속 파란색이었고 뿌리기와 점찍기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간 차용해 온 18세기 조선 대가들의 준법이나 19세기 분절적인 민화의 형태감은 크게 후퇴한 대신, 사실적인 구도와 명암, 뚜렷한 능선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금강산은 이제 구체적이다.
사실 금강산에 대한 지금까지 그의 진술은 간접적이었다. 완성된 화면을 최종적으로 부정하듯 화면을 가득 메워 버린 뿌리기가 증명해 주듯이, 그에게서 금강산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경배 대상이었다. 물론 이를 변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햇볕정책으로 뚫린 바닷길을 통한 금강산 산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변신을 일종의 ‘답사후유증’으로 볼 수는 없다.
나는 이번 전시 작품 중 〈금강산 만물상-1998.11.21〉을 주목한다. 여기서 신장식은 눈앞에 펼쳐진 금강산을 8개의 캔버스로 분해시켜 산산이 조각내 버렸다. 신비로움이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파괴의 논조는 작가의 기질을 반영하듯 나지막하다. 전시장 허공에는 작가 자신의 몸을 틀로 삼아 찍어낸 11개의 한지 조각상이 떠돌고 있다. 마치 전시장 각면을 점유한 화면을 바라보고 명상하는 듯한 복제된 화가의 결가부좌상은 이번 전시의 속깊은 주제가 바로 작가 자신임을 말해 준다. 철책선 너머 금강산의 낮과 밤을 발로 디디고 체험하며 그는 산보다는 바로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 감정은 조각상의 표피에 숨김없이 각인되어 있다.
11개의 한지 조각상들 사이에서 보이는 약간의 불협화음이 앞으로 정돈만 된다면(일부 조각 외피에 있는 단순반복적 채색은 그가 그간 걸어온 조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금강산이 그리움과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왔듯이 한국작가들의 자아표현을 위한 영감의 진원지로 또다시 부활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확실한 실례가 될 것이다.
— 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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