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t Magazine, April 1994, "Reinterpreting Tradition, Expressing Life and Rhythm" — Seo Jeong-geol Critique (1994)
Summary
A critical feature published in the April 1994 issue of Monthly Art Magazine (월간미술), in the 'Young Vision' column. Reporter Seo Jeong-geol visits Shin Jang-sik's studio (a collective studio at the boundary of Seoul and Seongnam) and identifies 'rhythm and vitality' as the core aesthetic propositions of the artist's work. The piece traces Shin's interest in traditional and folk motifs ('Arirang,' 'Cheongsachorong') back to his role as Assistant Art Director for the 1988 Seoul Olympics opening and closing ceremonies, and reads his woodblock printmaking — together with his splatter and string-collage techniques — as a search for new formal language rooted in Korean sensibility. It also notes the artist's expanding traditional vocabulary as it moves from folk objects toward natural subjects (pine, dandelion, wild chrysanthemum, cockscomb).
- Source
- Monthly Art Magazine
- Author
- 서정걸 (월간미술 기자)
Body
전통미의 재해석, 생명과 리듬의 표현
서정걸 (월간미술 기자)
재료가 가진 고유의 리듬에 대한 인식, 그 리듬에 자신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작업
신장식의 작업실은 서울과 성남시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한적한 마을 뒤편에 있다. 꽃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야산과 과수원들이 펼쳐져 있는 매우 전원적인 모습의 마을이다. 그는 공장용으로 지어놓은 슬레이트 건물 한 칸을 임대하여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 여섯 개의 공간으로 분할되어 있는 그 건물은 모두 화가들에게 임대되어 하나의 집단 스튜디오를 이루고 있다. 신장식 이외에 이기봉, 윤해남, 장문걸, 이인희 등이 일찍부터 그곳에 터를 잡았고, 최근에 홍승혜가 새로 입주했다. 이들은 모두 화단에서 부각되고 있는, 시쳇말로 잘나가는 신인들이다.
비록 도심에서 벗어난 외딴 곳에 위치해 있지만 젊은 작가들의 작업열기로 그곳은 활기에 차 있다. 조만간 작업실을 개방하여 자신들의 작업을 알몸으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의욕에 찬 젊은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자신의 세계를 가꾸어가고 있는 그곳은 머지않아 화단에 화제를 불러일으킬 범상치 않은 열기로 가득하다.
젊은 작가들의 아지트라고 할 만한 그곳에는 작업열기와 함께 경쟁심리가 또한 숨어있기도 할 것이다. 신장식은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곧바로 이곳에 와서 그림연구에 몰두한다. 어쩐지 작업이라기보다는 연구 또는 탐구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의 작업실에 놓인 판화제작용 프레스기, 다양한 색채의 물감이 담긴 각종 그릇들, 판화 건조대, 캔버스를 손수 제작하기 위해 들여놓은 다기능 콤프레샤, 종이의 원료가 담긴 그릇 등이 실험실에 들어온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가 탐구해 온 것은 리듬의 표현에 관한 것이다. 리듬의 표현은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고, 화면이 리듬감으로 충만될 때 관찰자가 화면 앞에서 느낄 수 있는 교감은 풍부해진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리듬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호흡과 재료의 리듬이 합치되는 지점을 찾는 것"이 그의 연구과제이다. "처음엔 작의가 강했었는데, 차츰 재료의 리듬을 인식하게 됐고, 그 리듬의 인식 위에서 작업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고 생동감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게 됐다. … 생명이 불어넣어지지 않은 작품들은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인가?" 대략 이러한 요지로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바로 생명력, 리듬, 율동 등과 같은 개념들이 그의 작품의 기본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럼으로써 작위를 배제하고 그 자신과 재료의 리듬을 따라 작업할 때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자신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전통미술의 오랜 미학적 핵심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주 작품에 동원하고 있는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소재들은 그러한 미학적 명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통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작품 명제들에서 '아리랑', '청사초롱' 등 전통적인 소재의 명칭 뒤에 '생명력'이란 단어가 붙어 다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민속적인 조형물들의 이미지들로부터 자연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전통 탐구의 폭이 그만큼 깊고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자연을 소재로 택할 때에도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한 소나무·민들레·들국화·맨드라미 같은 대상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 소재가 주는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뉘앙스를 화면 전체에 배치하려는 것과 율동감을 강조하려는 표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은 그러므로 그의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그는 산수화나 화조화 같은 전통 회화기법에서 착안한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두텁고 푸근한 질감의 표현과 강렬한 색채 대비 등을 통해 한국미의 특질에 다가가고자 한다.
전통적 이미지와 정서의 발견을 통한 전통미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
그의 이러한 생각들은 대략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는 지난 88올림픽 때 개막식과 폐회식 행사의 미술 조감독(총감독은 서양화가 이만익씨)을 맡았었는데, 그때 수많은 민속자료들을 수집했고, 전통 조형물들의 조형성과 내용을 깊이 공부할 수 있었다. 〈북의 행렬〉, 〈혼돈〉, 〈떠나가는 배〉 등의 프로그램이 그가 기획했거나 참여한 것들이었는데, 능행도나 고유의 민속놀이를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다. 동원된 소품들도 전통 의상용 깃발, 청사초롱 등 민속적인 소재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온갖 깃발들의 물결, 청사초롱의 행렬 등을 보고 그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즉 그 개개의 것들이 모여 총체적인 것으로 보여질 때 거기에서 발산되는 율동과 생동감이 그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었고, 그것이 그의 작품세계로 이어진 것이다. "불빛의 흔들림, 색채의 율동, 그것이 총체적인 것으로 보여질 때의 감동 … 바로 이러한 소묘법이 우리 고유의 미의식이며 자기 정체성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라고 그는 생각했다. "양식이나 형식보다 정서 그 자체가 더 중요하고 우리의 공통인자로서의 정서를 깊이 있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작품세계의 심도를 높여준 또 하나의 계기는 목판화에의 관심이다. 목판화를 제작하면서 그는 나무에 새겨지는 형태와 나무가 가지고 있는 성질(즉 생명력과 리듬)과의 관계가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나무와 내가 만난다는 것, 나무에 형태를 새겨서 찍어내지만 그러한 행위가 어떤 리듬감을 고려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와의 차이는 아주 미묘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이다"라는 그의 설명은 결국 표현된 대상의 모습보다 그 속에 어떻게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자신의 감성을 담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화면에 리듬감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뿌리기와 노끈 붙이기 등의 방법을 도입했다. 그는 구불구불한 선들로 구획된 형태들의 유기적 결합, 화면 위에 난무하는 가늘고 예리한 선들, 강렬한 색채의 대비 등이 그의 의도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한 원리와 개념들을 가지고 작업한 결과는 바로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새로운 조형성의 탐구이다.
월간 미술 1994년 4월호
#월간미술 #잡지평론 #서정걸 #리듬 #생명력 #전통미 #청사초롱 #Arirang #88올림픽 #1994
작가 블로그 포스팅 80015299844에서 〈월간미술〉 1994년 4월호 〈젊은 시각〉 코너 서정걸 기자 평론을 수집. 잡지 인쇄본 4 page 사진 + 본문 텍스트(작가 블로그 포스팅에 작가 본인 옮김 추정 텍스트)가 함께 보존되어 있어 body로 정제 보존(사용자 결정 — 평론가 본인 글이라 공개 OK). 원문 URL은 〈월간미술〉 archive 데이터베이스에 1994년호 자료가 디지털화되지 않아 확보 어려움. 본문에서 직접 언급된 작품은 일반 시리즈 명(아리랑·청사초롱)이며 특정 작품 ID 매칭 미상 — 잡지 도판 작품 3점은 작가 검수 시 정확 매핑 가능. 본 평론은 특정 전시 관련 자료가 아닌 작업실 방문 인터뷰 평론으로 exhibition meta 없음. 본 평론 발행 시점(1994-04) 작가 작품 — 1994년 청사초롱·민속 시리즈 작품 또는 그 직전 작업들과 연관성 있음.